질문 하나. 유시민은 진중권의 적인가?
한 때 그들은 적어도 적수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진중권과 유시민은 원래 동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확실히 진중권은 원래 유시민과는 결이 달랐다. 진중권은 오랜 시간 동안 공개적으로 당대의 진보적 정당을 지지해왔으며, 당원이기를 자처했다. 유시민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자이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장악하였을 때 노유진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카페, 팟캐스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당대보수정권에 맞서 공동전선망을 구축하기도 하였었다. 적어도 그 때는 말이다.
적과 동지를 가르는 이분법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한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를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나의 적의 적은 적어도 나의 적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진중권이 이명박근혜 정권을 나의 적으로 설정했었다면, 유시민 또한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이라는 점에서 유시민은 진중권의 적은 적어도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었다. 적어도 그 때는 그랬다.
질문 둘. 진중권은 왜 유시민, 최강욱, 임종석, 김두관, 김의겸을 비난하고 나섰는가?
진중권이 유시민, 최강욱, 임종석 등 현재의 여권 즉 범진보진영 인사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려 한다.
1) 진중권이 유시민을 향하여 최근에 날린 글(진중권 페이스북)을 보자.
"선동의 메카니즘
유시민씨 요즘 조용한데, 요즘도 어디선가 노무현 이름 걸고 부지런히 혹세무민 하고 있겠죠? 저 속들여다 보이는 거짓말들도 다 자기 지지자들을 아예 뇌 없는 존재로 취급하니 할 수 있는 거겠죠. 실제로 대중의 상당수는 나꼼수 이후 거의 10여 년 동안 매일 저런 선동방송만 골라 들으며 지냈습니다. 당연히 전두엽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지지자들의 두뇌기능이 저하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선동가들이 하는 거짓말의 수준도 점점 떨어져 갑니다. 그들의 대중은 이미 이성적 사유가 마비되어, 굳이 거짓말을 정교하게 안 해도 그냥 속아 넘어가거든요...그러다 보면 거짓말 하는 본인들의 사고력도 차츰 자기들이 바보로 만들어버린 그 사람들 수준에 수렴해 가게 됩니다. 원래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하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두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유시민씨, 요즘 많이 이상해졌죠? 생물학적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다 이런 선동 메커니즘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가령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다", "대리시험이 아니라 오픈북이다." 이런 얘기, 정상인에게는 그냥 우스운 개그죠?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이런 만담을 들어도 안 웃어요. 외려 그걸 진지하게 믿어주죠. 그러다 보니 말하는 이도 자연스레 이 우스운 얘기를 진지 모드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점점 실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거죠.
선동은 일방적일지 몰라도, 그 피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선동가는 대중을 멍청하게 만들지만, 대중은 선동가를 멍청하게 만드니까요. 둘은 그렇게 서로 멍청하게 만들어가며 함께 미련하게 몰락해 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씨가 하는 선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실은 유시민씨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진중권
2) 그 다음으로는 진중권이 최강욱을 비난한 워딩을 함께 살펴 보도록 하자.
진중권은 최강욱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수처의 용도가 뭔지 최강욱 비서관이 온몸으로 보여주신다. 이 천하의 잡범이 청와대에 있다고 큰소리치는 거봐라. 뭘 잘했다고. 이들은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차례 소환했어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자기들이 법 위에 있다는 것.
심재철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 조국 기소를 막은 것처럼,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최강욱에 대한 기소를 막았고, 고기영 동부지검장은 지금 백원우에 대한 기소를 막고 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조직적 움직임으로 파악해야 한다.
일개 청와대 비서관이 법무부장관을 제 수족처럼 부리고, 감히 헌법기관인 검찰의 총수를 능멸하고 망조가 든 청나라 황실의 내시를 보는 듯하다. 이분이 사실상 대한민국의 대통령 노릇을 하나 보다." - 진중권
3) 진중권이 임종석에 대하여 말한 내용도 함께 정리해 보자.
진중권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정계 복귀와 관련해서는 "누구처럼 옆에서 부추긴다고 분위기 취해 나왔다가는 패가망신"이라고 말하면서, 임종석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것에 대하여서는 "조국 털리는 거 보고 지레 겁나서 도망간 것"이라며, "구멍에 숨었다가 솔개 지나가니 다시 구멍 밖 세계가 그리워진 것"이라 말했다. 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임종석에 대하여 "대단히 잘 훈련되고 매력 있는 분이어서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임종석의 도움 받으면 아주 피곤해질 거다. 제2의 조국 사태 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4) 진중권은 김두관에 대하여서도 최근 이런 말을 남겼다.
"김두관 씨, 정치 그렇게 하지 마라. 아니 세상 그렇게 살지 마라. 김 씨가 둥지를 김포에서 양산으로 옮겼다. 선거철마다 둥지를 옮기는 이들을 가리켜 철새정치인이라 부른다. 어차피 유권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이들이니, 굳이 탓하고 싶지 않다. 자기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보다 자기에게 공천 준 당이 더 소중할 것. 당의 선거전술을 위해선 자기 지역구의 주민들에 대한 신의 같은 것은 갖다 버려도 된다고 보는 이들" - 진중권
5) 진중권은 문재인정권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에 대하여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김의겸, 참 저렴하게 산다. 부동산 투기해놓고 이제 와서 환원할 테니 공천달라고 하면 누가 그 환원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겠나. 정치인에게는 삶의 기술(ars vivendi) 못지않게 죽음의 기술(ars moriendi)이 필요하다며 죽을 때 잘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너절하게 굴지 마시고, 이쯤에서 깔끔하게 내려 놓으세요. 그래서 재산 환원의 진정성이라도 지키세요." - 진중권
진중권이 유시민 최강욱 임종석 등 범진보진영 또는 현재 여권을 비난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1) 중도 보수층 이탈의 신호탄인가?
중도 보수 진영의 통합을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박형준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에게는 별 영향을 안 주지만 같은 진영에 있던 사람이 진영의 문제나 위선을 드러내면서 나오면 중도층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준다. 원래 보수 진영에 있던 사람이 정권을 비판하는 것도 양극화를 가져오지만 같은 진영에 있던 사람이 나오면서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아프다"며 진중권의 말의 영향을 평가한 바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의 대표 역시 "보수 정당이 무너진 것은 중도 보수가 이탈했기 때문인데 진중권 전 교수의 최근 행보도 중도 진보층 이탈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보수정당이 무너진 것은 고정 지지층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윙보터인 중도보수층이 이탈하면서 무너졌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박성민은, "진중권 사태도 마찬가지다. 진중권 교수가 계속 진보 진영의 인사로 분류돼 왔는지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하는데 왜 이렇게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라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진중권 한명만은 아닐 것이다. 중도보수가 이탈하면서 보수 정권이 무너진 것처럼 중도 진보의 스윙보터들이 이탈하는 것을 간단하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2) 진중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것인가?
일각에서는 진중권이 전향한 것인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하여서는 유시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진중권 교수가 전향했냐 그건 아니에요. 김문수 씨나 이런 사람들처럼은 절대 될 수가 없어요. 지금 진중권 교수의 저 모습은 진중권아운 모습이거든요. 정말 물불 안 가리고, 좌우 안 가리고 그냥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대상이 우파든 좌파든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어요. 진중권이라는 이 지식은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기질이 이번 조국 사태에서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는 거거든요. 저는 되게 매력적인 기질이라고 생각해요" - 유시민
지금까지 나는 진중권과 유시민이라는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불리던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음과 그 시점은 조국사태 부터임을 밝혔다. 그리고 진중권이 실제로 했던 말 위주로 그가 범진보권 인사인 유시민, 최강욱, 임종석 등을 최근에 어떻게 비난하였는 그 내용을 거의 있는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았다.
다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진중권의 입장과 비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기존 한국사회에 유통되고 있었던 진중권의 범진보진영에 대한 비난과 비판의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 내 관점에서 살펴 볼 것이다.
<다음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